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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당뇨병도 그녀 앞에선 속수무책내분비내과 홍은경

30세 이상인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은 당뇨병 환자이거나 잠재적인 당뇨병 환자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2050년에는 그 수가 590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대표적 성인병이자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당뇨병.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내분비내과 홍은경 교수와 함께 당뇨병,그리고 환자를 대하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봤다.

중장년층에게서 발병률 높은 당뇨… 최근 젊은 환자 급증

당뇨병은 국민 소득이 많아질수록 환자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부자병’으로 불린다. 우리나라도 식생활의 서구화와 운동 부족 등으로 환자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 실제로 한 임상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30세 이상 성인 중 10% 이상이 당뇨병 환자인 것으로 나타나는데, 당뇨병 진단을 받았어도 치료를 받지 않고 있거나 진단 자체를 받지 못한 사람들도 있어 환자는 그 이상일 것으로 추측된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내분비내과 홍은경 교수 역시 “당뇨병이주변에서 점차 흔한 질병이 되다 보니 내분비내과를 찾는 사람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내분비당뇨갑상선센터를 찾는 전체 환자 중절반 이상이 당뇨병 환자입니다.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병원 주변에신도시가 형성되어 있다 보니 저희 센터를 찾는 당뇨병 환자들이20~50대로 젊은 연령대가 많다는 겁니다. 이밖에도 갑상선질환으로병원을 찾는 젊은 여성들도 많습니다”

당뇨병은 주로 제1형과 제2형으로 구분되는데, 제1형 당뇨병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가 점차 손상되어 결국 인슐린 투여 없이살아갈 수 없는 질환이다. 반면 인슐린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제2형 당뇨병은 몸속에서 인슐린의 작용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현상인 ‘인슐린저항성’이 주요 병인이다. 따라서 진단 시점부터 모두 인슐린 치료를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오랜 기간 당뇨병을 앓아 췌장 기능이 감소하거나 그 이전이라도 필요에 따라 제1형 당뇨병과 같이 인슐린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제2형 당뇨병은 식생활의 서구화에 따른 고열량, 고지방식단과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유전적 요인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발병 이전부터 가족력을 가지고 있는 당뇨병 고위험인들의 철저한 예방이 중요하고 이미 진단받은 환자들도 생활 습관 교정을 기반으로 한 빠르고 엄격한 치료가 필요하다. 이 외에 특정 유전자의 결함에 의해서도 당뇨가 생길 수 있으며, 감염, 약제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과거 소아 연령에서 발생하는 당뇨병의 대부분이 제1형이었으나 최근 소아비만의 증가와 더불어 청소년기의 비교적 낮은 연령에서도 제2형당뇨병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유전적·환경적 요인 등이 발병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이 경우 오랜 기간 동안 약을 복용하며 생활습관 관리를 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인슐린 주사도 맞아야 하기 때문에 소아당뇨병 환자들을 보면 안쓰러워요. 아이들의 경우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아 부모 및 주위 사람들의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질병보다 이면의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의사가 진정한 명의

여러 가지 합병증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무서운 질병 중 하나가 바로 당뇨병이다. 당뇨병 환자가 혈당 관리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하게 되는데 오랜 기간 서서히 진행되는 미세혈관 합병증에는 실명의 원인이 되는 망막증, 통증을 동반하거나 이차 감염에 의해 족부 절단의 원인이 되는 말초신경병증, 그리고 투석 시작의 가장 흔한 원인인 당뇨병성 신증 등이 이에 속한다. 그 외에도 심·뇌혈관질환, 말초동맥질환 등은 당뇨병 환자에서 위험도가 높으며 동반될 경우 사망률 또한 높아지므로 철저한 예방이 최선의 치료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다양한 합병증들 중 심장병처럼 급격한 변화를 거치지는 않지만 소리없이 찾아와서 환자를 힘들게 하는 질환은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다.“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혈당 조절이 나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발끝이 작열하거나 따끔거리는 듯한 통증으로 시작됩니다. 밤에 통증이 더 심해져 불면증을 호소하거나 일상생활을 어려워하는 환자들도 많아요. 심한 고통 때문에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환자들도 있고요”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을 앓는 환자들은 정신과적 질환(수면장애나 불안, 우울 등)을 호소하기 쉽다. 이에 홍 교수는 당뇨의 효과적인 관리와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팀 어프로치(Team Approach)’를 강조한다. 당뇨병 전문의는 물론이고 전담 간호사, 영양사, 사회복지사가 한팀을 이루어 환자를 1대 1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당뇨병에 부수된 여러 문제들을 함께 관리해 줄 필요가 있다는 개념으로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면 직접 해당 진료과에 연계해주기도 한다. 환자의 입장에서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한 번 더 생각한 결과다

“지난 2003년,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에 있을 때 갑상선질환 환자들이 갑상선 초음파를 받기 위해 내분비내과와 방사선과를 왕래하며 결과를 듣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또 그 시간 동안 불안함을 감수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때마침 저희 과에 의국 선배가 기부해주신 초음파 기계가 있어 직접 초음파검사를 실시할 수 있게 됐고요. 즉 내분비내과 교수가 진료를 하며 동시에 갑상선 초음파를 직접 확인하여 진단과 치료 결정을 한 번에 하게 된 것인데 소위 지금 말하는 원스톱케어(One Stop Care)를 실시한 것이죠”

기존에는 진료부터 최종 진단을 받기까지 3~4회 내원해야 했지만, 홍교수가 도입한 ‘원스톱케어’ 덕분에 단 1회 방문으로도 많은 환자들에서 진단, 검사, 결과, 처방까지 가능해졌다. 원스톱케어가 대기 시간단축, 비용 절감은 물론 환자가 질환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막연한 불안감까지 해소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그녀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다.“후배들에게 ‘환자를 대할 때 질병만을 보지 말고 병을 가진 환자를 보라’고 늘 강조합니다. 원래 화를 잘 내는 성격이 아닌데 환자에게 잘 못 하는 의료진들에게만큼은 불 같이 화를 냅니다. 그 환자가 내 가족이 었다면 그렇게 대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저 또한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환자의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의사가 되기 위해 매순간 노력할 겁니다”

내분비내과 전문의, 당뇨병 환자의 평생 동반자 되어야

손재주 좋다는 말을 자주 들어 외과 의사를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평생 피를 보고 사는 것에는 자신이 없었다는 홍 교수. 그렇게 내과 전공의로서의 생활이 시작됐다. 처음 배정된 곳은 호흡기내과. 하지만 중환자가 하루아침에 유명을 달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이 점점 지쳐갔다. 이러다가는 마음에 병이 생기겠다는 생각이 들던 2년차 때 신장내과에 갔다.

“일주일에 몇 번씩 혈액투석을 받으러 오는 환자들을 보니 마음이 또 힘들어지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선택한 것이 내분비내과에요. 갑자기 생과 사를 오가는 환자들이 비교적 적으니까 마음 고생할 일은 적을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당뇨병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데다가 평소 생활습관이 치료 경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어서, 환자가 무엇을 먹는지부터 어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 모두 알아야 했다. 생각보다 감정노동의 강도는 셌지만 이 길에 들어선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마음을 다해 환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홍 교수를 환자들 또한신뢰한다. 아주대학병원 내분비내과 전임의 시절 만난 한 당뇨병 환자는 다른 대학병원에 첫 전임교원 발령을 받고 이직을 하게 된 홍 교수를 수소문해 지방까지 찾아오기도 했는데, 요즘도 그녀가 있는 동탄으로 진료를 받으러온다. 환자의 가족들도 “아버님이 가족들 말도 안듣는데 이상하게 홍 교수님 말씀만 잘 듣는다”며 그녀를 신뢰한다.

환자를 알뜰히 챙기면서 연구 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는 홍 교수는 현재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관한 임상연구 마무리 단계에 있다. 심·혈관질환에 노출된 고위험군 당뇨 환자들에게서 위험 인자를 찾아내 미리 막을 수 있는 방법과 그 시점, 위험도 개선 방법에 대해 고민한 결과들이다. 당뇨병 합병증 가운데 가장 많은 사망 원인을 차지하는 심·혈관질환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 할 예정이다.홍 교수는 환자를 보살피고, 연구에 매진하는 바쁜 나날 속에 휴식과 재충전, 조용한 시간이 주는 가치 또한 잊지 않으려 한다. 음악을 듣거나 차분히 책을 읽는 시간, 그리고 반려견과 함께 산책 나가는 시간은 그녀가 살아가는 에너지가 된다.

“단비, 데미, 혜민이라는 강아지 세 마리를 키우고 있어요. 그 중 두 마리는 동네에서 떠돌던 아이들을 데리고 온 것이에요. 단비와 데미는 나이가 많아서 각각 심부전과 당뇨병을 앓고 있어요. 사람이랑 얼마나 똑같은지….”한결같은 애정과 변함없는 마음을 보여주는 반려견들을 보면서 ‘사랑’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본다는 홍 교수. 그 순도 100%의 사랑은 그녀가 환자를 생각하는 그 예쁜 마음을 꼭 닮았다.

후배들에게 ‘병을 병으로 보지 말고 병을 가진 환자를 보라’고 늘강조합니다. 원래 화를 잘 내는 성격이 아닌데 환자에게 잘 못하는 전공의들에게만큼은 불 같이 화를 내요. 그 환자가 내 가족이었다면 그렇게 대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내분비내과 홍은경 사진

홍은경 교수

주진료분야 내분비 및 대사질환 (당뇨병, 갑상선질환, 골다공증, 뇌하수체, 부신, 비만)
학력 및 약력 이화여대 의과대학 졸업
아주대 대학원 석사/박사
미국예일대 의대 내분비내과
미국펜실베니아주립대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내과 전공의 수료
대한당뇨병학회 학술상
Marquis Who's Who : 세계 인명사전 등재
대한내분비학회 신경내분비 학술위원회 위원
대한내분비학회 및 당뇨병학회 논문심사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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