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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보다 노력을 믿는 의사, 췌담도암 정복의 길을 걷다소화기센터 이진 센터장

소화기센터이진교수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이진 교수는 스스로 운이 좋다고 믿는다. 소화기내과 의사가 많지 않던 시절, 치료 내시경이 이제 막 발달하던 시기 의사가 되었고 자연스레 좋은 기회들이 찾아왔다.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이러한 운에 만족하지 않았다. 기초의학이 없는 의술은 언젠간 반드시 한계에 부딪칠 거라 생각한 그는 췌담도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며 생존율이 30%가 안 되는 췌장암과 담도암 정복을 위한 외길을 걷고 있다.

교수 초년병 시절 국내에 여러 치료내시경 시술 시연

소화기내과 내시경전문의 인정번호 296번. 그는 전국에서 296번째로 소화기내과 내시경의사가 됐다. 3년의 내과전공의 과정을 거쳐, 펠로우라는 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될 무렵인 1993년부터 한림대학교의료원에서 연구강 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병원이 천여 개가 넘어가고 있었지만 내과 분과전문의 제도(1996년에 시작)가 아직 도입되기 전으로 소화기분과 개념이 다소 모호했던 시절이었고, 진단 목적이 아닌 치료내시경 시술의 태동기였다. 지금은 위장에 출혈이 생기면 내시경으로 지혈하고, 담도가담석으로 막히면 내시경을 이용해 제거하지만 당시에는 개복수술이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환경 때문이었을까. 1년 만에 정식 전임교수가 된 그에게 놀라운 기회가 찾아왔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세미나에서 식도정맥류출혈을 지혈하는 시술을 소개하는 시연의사로 선정된 것이다. 식도정맥류출혈은간에 이상이 생겨 우리 몸을 순환해야 하는 피가 간을 통과하지 못하고 식도정맥으로 몰리면서 생긴다. 식도정맥은 태아가 산모의 뱃속에 있을 때나 사용되던 혈관으로 머리카락처럼 매우 가늘고 약하다. 하지만 피가 계속해서 이곳을 지나가며 혈관은 새끼손가락만큼 굵어지고 결국 터지게 되는 것이다. 이전의 식도정맥류출혈 치료법은 경화제라는 약물을 주사하거나, 풍선을 이용하여 압박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미국학회에서 식도정맥류를 내시경을 이용해 고무링으로 묶어주는 시술(내시경적 정맥류 결찰술)을 해서 효과를 봤다는 보고가 있었고 이를 처음으로 국내에서도 적용하기로 했는데 시연 의사로 이진 교수가 선정된 것이다.

“제가 내시경에 소질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학회에서 선정을 해줬어요. 어린나이였지만 당시 내시경 의사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시기가 좋았지요. 지금 하라면 두려움이 클 것 같은데 그 때는 젊어서 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장비도 개발이 덜 되었던 시기였지만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시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 시연은 동영상으로 다른 소화기내과 의사들에게 소개됐고 그가 시술한 식도정맥류출혈 밴드결찰술은 현재 이 병의 표준치료법이 되었다. 이듬해에 그는 담관결석을 손쉽게 제거하는 유두부 풍선확장술을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세미나 초대특강에서 소개했다. 유두부 절개가곤란한 상태인 난치성 담도결석을 췌담도내시경(ERCP)으로 제거할 수 있게되면서 담관결석 치료의 또 다른 선택이 됐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지만 그는 자만하지 않았다. 의사는 술기뿐만 아니라 기초의학에 대한 지식도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들보다 빠르게 해외의 새로운 시술법을 포착해 과감하게 국내에서 시도해 성공을 거두었지만 원천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면 언젠가는 분명 한계에 부딪칠것이라 생각했다. 술기와 기초의학. 이 두 가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그는 췌담도를 전문분야로 하여 외롭고 힘든 길을 가게 된다. 췌담도 질환, 그 중에서도 담석과 췌,담도암을 자신의 주 연구분야로 선택한 그에게 2000년 또 한 번의 행운이 찾아왔다.

콜레스테롤 외길 연구로 담도암 정복 물꼬 터

2000년 미국 연수를 가게 된 그는 우연히 콜레스테롤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워싱턴유니버시티 주립대학으로 연수를 간 그는 담석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교수 밑에서 함께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해보니 해당 교수는 너무 바빠서 연구는커녕 대화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미안했던 교수는 그에게 라울 쿠버라는 부교수를 소개시켜줬고 쿠버 교수와 함께 연구를 진행했다. 갑작스럽게 지도교수가 바뀌었지만 이것이 콜레스테롤과의 인연을 맺게 되는 계기가 됐다. 기름진 음식, 즉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하면 담석이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는 쿠버 교수와 담낭에서 콜레스테롤이 어떻게 흡수되고 처리돼서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연구했다. 연구결과 담낭 상피세포에 ABCA1이라는 특수한 단백질이 존재하는데, 이 물질 덕분에 담낭상피세포에서 담즙으로부터 흡수된 콜레스테롤이 간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이 확인됐다. 담낭의 역콜레스테롤 수송의 원리를 처음으로 규명해낸 논문은 2002년 그를 제1저자로 하여저명한 학술지인 ‘Biochemical Journal’ (impact factor=4.7)에 게재됐고, 47회나 각종 SCI 논문에 인용되는 등 교과서와 같은 논문이 됐다. 우연히 시작한 연구에서 성과를 거두자 콜레스테롤에 대한 그의 관심은 점점 더커지게 됐고 연구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그는 연수기간을 6개월 정도 연장하여 담도세포들이 여러 가지 담석 발생을 예방하는 물질들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규명해냈다. 이 연구가 ‘American Journal of Physiology’에 게재되는 성과를 거두며 연수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후 콜레스테롤에 대한 그의 연구는 또 다른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2000년대 후반에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약인 스타틴을 먹으면 담도암이 덜 생긴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실제 빅데이타 연구에서도 담도암에 대한 스타틴 효과가 확인됐다. 그는 세포가 어떤 작용을 통해 특정 단백질이나 유전자에게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하기 위한 분자생물학적 연구를 진행했다. 동물실험 결과 스타틴이 특정 단백질에 영향을 끼쳤고 이러한 작용을 통해 실제 담석 생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스타틴이 암도 억제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도전한다. 암 발생과 관련되고 암 전이와 관련된 여러 단백질과 유전자들이 실제 스타틴에 영향을 받는지 하나하나 실험해본 것이다. 그 결과 스타틴은 담도암세포의 성장과 분열을 억제하여 세포증식을 막았고, 세포사멸과 연관된 단백질을 활성화시키고 담도암세포 사멸을 유도했다. 국제학술지 ‘Gut and Liver’3월호에 게재된 이 논문은 콜레스테롤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그의 연구의 총합물과도 같다. 포기하지 않고 이어져 온 이 연구로 독성은 낮추면서 효과적으로 담도암을 치료할 수 있는 항암제 개발의 길이 열린 것이다.

“담도암은 5년 생존율이 29%밖에 안 되는 최악의 암이에요. 이번 연구를 통해 암을 제거할 수 있는 정확한 세포를 찾아내고 공략한다면 담도암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고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임상과 기초의 균형적 발전으로 환자들의 신뢰 축적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의 초대 진료부원장으로서 병원발전을 위한 방안을고민했던 그는 현재 소화기센터장으로서 급격히 늘어난 환자들을 진료하며바쁘지만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특히 그는 연령대가 높아지고 다양한 지역에서 환자들이 유입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저한테 오는 암 환자의 절반 이상은 이 지역 주민들이 아니고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 등 다양한 지역 분들이에요. 이 분들의 특징은 아들이나 딸이 동탄에 살고 있다는 점이에요. 처음에는 주로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던 지역 주민들이 이제는 멀리서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큰 병을 진료할 정도로 우리 병원에 대한 신뢰가 쌓였다는 것이죠”

그는 이처럼 신뢰를 쌓을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소화기센터의 세 가지 강점을 꼽았다. 첫째는 국내 최고 수준인 췌담도 분야 시술과 위암·대장암 내시경시술, 초음파 내시경 시술 능력이다. 그는 이들 시술에 있어서는 국내 어느 병원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둘째는 확고한 다학제 진료 시스템이다. 그는 “소화기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중재적방사선과, 병리과 등의 과가 환자 한 분에 대해 함께 논의하여 최선의 치료법을 찾아낸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연구소를 갖추고 임상과 기초의학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한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연구소를 갖춘 소화 기내과를 중심으로 SCI급 논문을 지난해에만 12편이나 등재했다.

그에게 ‘한림’은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이다. 34살의 젊은 의사로 시작해 한림대학교의료원이 아니었으면 도저히 누릴 수 없는 성과들을 거둘 수 있었다. 또한 과거의 시간들은 현재의 ‘이진’을 만드는 토대가 되고 한림대학교의료원의 발전에 기틀이 되고 있다. 이제 정년을 정확히 10년 남기고 있는 그는 10년 후 자신이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3~5년 뒤에는 지금보다 타지역에서 오는 인구가 더 늘어날 거예요. KTX동탄역이 만들어지고 교통허브화가 이뤄지면 환자들이 병원을 찾기가 훨씬 수월해질 거예요. 이제 2만 명 밖에 입주하지 않은 신도시들에도 입주가 완료되면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국내 제일의 병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를 위해서 임상과 기초의학 수준을 계속해서 높여 나가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대학시절 연극반에서 활동하며 연극에도 관심을 보였던 그는 가끔 현실이 무대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막이 내린 무대를 아쉬움 없이 내려올 수 있도록 후학들에게 물려줄 융성한 무대를 만들기 위한 그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소화기센터 이진 센터장 사진

이진 교수

주진료분야 췌, 담도암 및 간암, 간질환(간염, 간경화), 췌담도 질환 및 담석, ERCP 치료내시경, 항암-방사선치료, 간동맥색전술 및 간암고주파치료
학력 및 약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한양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한양대 내과전공의 수료 및 내과전문의
소화기내시경/소화기내과 전문의
미국 워싱턴주립대학 소화기내과 연수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소화기센터장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편집이사 및 편집장
대한췌담도학회 전산이사
대한췌담도학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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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Tel 1522-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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